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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지방 소도시 청년 창업·일자리 지원의 실태와 구조적 한계

/안길영|승인 2026-03-05 21:54|댓글 0
담양읍 전경 ⓒ전남인사이드=안길영

2026년 현재 전남 담양군을 비롯한 소도시 청년들은 만성적인 양질의 일자리 부재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창업 지원 정책으로 인해 경제적 고립에 직면해 있다. 지자체는 청년 정착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엄격한 자격 요건과 산업 인프라의 결핍으로 인해 정책 수혜의 체감도가 극히 낮다. 본 칼럼은 지역 거주 청년의 관점에서 현재 시행 중인 일자리 및 창업 지원 생태계의 모순을 분석하고, 그 현실적 한계를 짚어본다.

특정 산업에 편중된 일자리, 비농업 청년의 구조적 배제

지방 소도시 청년 일자리 정책이 지닌 가장 핵심적인 맹점은 예산과 지원의 방향이 특정 산업, 즉 ‘농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지자체의 주요 청년 예산 지표를 살펴보면 ‘청년 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이나 ‘스마트팜 조성’ 등 1차 산업 육성에 상당 부분 집중되어 있다. 인구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은 지자체의 주요 과제임이 틀림없으나, 농업에 종사할 의사나 자본이 없는 대다수의 일반 청년들에게 이는 철저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재 담양 내에서 자체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환경은 정보기술(IT), 디자인, 융복합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지식 기반 산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수용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역 내 가용 일자리는 대부분 관광지 인근의 단기 서비스업(F&B)이나 최저임금 수준의 영세 제조업에 국한된다. 이러한 직군이 청년층의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돕고 안정적인 중산층 진입을 보장한다는 검증된 데이터는 없다. 결과적으로 사무직이나 전문직을 희망하는 지역 청년들은 경제적 자립을 위해 광주광역시 등 인근 대도시로 매일 왕복 2~3시간의 출퇴근을 강제받으며, 이는 교통비 증가와 가처분 소득 감소라는 이중고로 이어진다.

진입 장벽 높은 창업 지원, 실효성 잃은 ‘빛 좋은 개살구’

취업이 여의찮아 창업으로 눈을 돌리려 해도, 지자체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은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보인다. 표면적으로는 예비 창업자에게 수천만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무 지침의 세부 요건을 뜯어보면 진입 장벽이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지원금은 20~30% 이상의 자부담 비율(매칭 펀드)을 강제하거나, 사업장 임대차 계약과 사업자 등록이 모두 완료된 이후에 사후 정산 방식으로 지급된다. 초기 융통 자본이 부족한 청년들에게는 시작 단계부터 금융권 대출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만드는 모순적인 구조다.

지원 항목의 편협성 또한 문제다. 창업 지원금의 용도는 대체로 인테리어 시공비나 간판 교체, 일회성 홍보물 제작 등 초기 시설 투자에 국한된다. 그러나 창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초기 오픈이 아니라 이후의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이다. 세무·재무 컨설팅, 벤처캐피털(VC) 네트워킹, 법률 자문 등 장기 생존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적 인프라 지원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더욱이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지역 내 자체 소비 시장의 구매력이 지속해서 위축되는 상황에서, 시설비 일부를 지원받았다고 하여 청년 창업가의 폐업률이 낮아지거나 장기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상승한다는 객관적인 통계는 확인된 바 없다. 결국 좁은 내수 시장 안에서 청년들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한 카페나 식당 창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시성 실적 탈피와 광역 경제권 중심의 정책 재편

현재 전남 소도시의 청년 일자리 및 창업 정책은 ‘지역 내 인구 붙잡기’라는 행정 기관의 단기적 실적 달성에 매몰되어 있다. 실효성 없는 정책을 나열하기보다, 지역 내 자체 소비 시장의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는 냉정한 현실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자리 및 창업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첫째, 창업 정책은 ‘신규 창업 건수 늘리기’에서 ‘기존 청년 창업가의 생존율 제고’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단발적 시설비 지원을 폐지하고, 최장 3년간의 임대료 일부 보조 및 지방세 감면 폭 확대 등 고정 지출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 둘째, 지역 내 소비에 의존하는 오프라인 상권 창업보다는, 담양에 거주하면서 전국이나 광역 대도시를 타깃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온라인 통신판매업’ 및 ‘로컬 콘텐츠 크리에이터’ 중심의 육성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자체는 막연하고 긍정적인 희망 고문을 멈춰야 한다. 현시점에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포장지가 아니라, 실패의 리스크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여 보여주고 이를 헤지(Hedge)할 수 있는 건조하고 실무적인 제도적 안전망이다.